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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이 칼럼이 필자의 마지막 칼럼이어서 무엇을 다룰까 고민을 많이 했다. 짧은 1년간의 지방의료원 경험을 통해 지방의료원의 문제를 정리해 보기도 했지만 그게 마지막 칼럼이기는 싫었다. 그러던 차에 필자는 ‘악귀’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이유는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읽고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획의도를 복붙하면 이렇다.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산영을 통해 여전히 청춘은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어느덧 나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버린 해상이 성장하며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보려 한다’. 제목과는 영 연결이 안되는 기획의도를 보며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넷플릭스의 ‘사냥개들’ 이라는 드라마 요약본을 보게 되었는데, 건우와 우진 두 젋은이와 진짜 어른 최사장님을 보면서 이런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참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칼럼으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또 한 명의 어른으로서의 나에게 격려가 되는 글을 쓰기로 했다! 필자가 지난 2년여간 칼럼을 쓰면서 느낀 건 칼럼을 쓴다고 사회의 부조리가 조금이라도 바뀌지는 않는다는 절망이었다. 식약처는 최근 위해성관리계획의 보고시점을 본래 6개월~1년이던 것을 3년까지 연장해준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GVP(good vigilance practice)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식약처로 인해 우리나라의 의약품 안전관리정책은 GVP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의 시판 후 안전관리가 얼마나 유명무실한지는 팬데믹 기간 긴급승인한 코로나백신의 제조회사에 요청한 위해성관리계획을 보면 알 수 있을텐데 전혀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위해성관리계획을 요청하니 않으니 당연히 위해성관리계획의 보고서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있을 것이며, 그러니 위해성관리계획의 보고서 제출기한을 연장시켜 준다는 황당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어떠한가? 백신부작용 인과관계 평가를 개떡같이 하여 피해자들에게 피눈물나게 한 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위원장에게는 건국훈장을 주고, 본인들이 자체적으로 백신부작용 인과관계를 연구할 능력이 없어서 외주를 준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연구결과조차 WHO가 인정하지 않으니 인정하지 않겠다는 추태를 부리고 있으며, 백신부작용에 대해 여야합의한 특별법안을 예산이 많이 든다고 거부하고 있는데, 문제는 추정 예산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필수의료시스템의 붕괴는 사실상 잘못된 의전원 의대교육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점이 큰데, 이에 대한 성찰은 하지 않고, 오히려 의예과 교육을 없애겠다는 의대교수님들이나, 간호사 등 함께 일하는 의료진들에 대한 배려와 포용 없이 공격만 하는 의사들이나 전체 의료시스템은 어떻게 되든지 자기 병원만 살면 된다고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거대병원들의 횡포 등을 보면 우리나라 의료계에 진정한 어른은 없는 것 같다.  결국 사회의 부조리는 지속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소망이 있는 것은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걸어가는 멋있는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소아과는 망했다고 다들 얘기하지만 소아과 전공을 선택하는 젊은 의사들이 있고, 가장 삶의 질이 낮은 필수의료인 흉부외과/신경외과 의사의 길을 선택하는 젊은 의사들이 있다.3교대를 하며 과중하게 많은 환자들을 돌보며 그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지 않음에도 환자들의 곁을 지키는 간호사들이 있다. 20여년 전이나 급여가 별 차이가 없고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 정말 많은 고생을 했지만 전혀 보상을 받지도 못하고 그 수고가 알려지지도 않은, 그럼에도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며 소소하게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소망스러운 임상병리사들이 검사실에는 있다. 이들을 응원하며 낭만닥터 김사부의 대사로 필자의 마지막 칼럼을 갈음하고자 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우리 진심을 알아줄 수는 없어. 그 정도로 우리한테 뭐 관심 있지도 않고. 그러니까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또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뭐 그거 일일히 설명하려고 애쓸 필요 없어. 우리는 우리가 그냥 해온 대로, 살아온 대로 누가 뭐라건 묵묵히 쭉 가. 묵묵히 산다고 그거 절대로 사라질 거 아니거든. 진짜로 의미 있는 건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알지?’P.S. 그동안 필자에게 칼럼을 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준 메디칼타임즈와 필자의 부족한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07-10 05:10:00오피니언

인력부족에 아동병원은 아비규환 떠나는 아동병원 의사들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소아의료체계 정상화를 촉구하는 의료계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10%대 전공의 지원율,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의 일반진료전환 선언에 이어, 아동병원에서도 의료진 이탈로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9일 대한아동병원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오픈·마감런 등의 문제로 소아환자와 보호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소아의료체계 붕괴에 따른 것으로 조속히 바로 잡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시스템을 전체를 재개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대한아동병원협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의료체계 붕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아동병원협회는 2010년 대구 장중첩증 여아 사망 사고 이후에도 제도 미비로 현재까지 불행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아동병원협회는 정치권에 정책 제안을 지속해왔지만 관심을 갖는 인사는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아직까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아동병원협회 박양동 회장은 "개선안을 마련하고 정부 측에도 여러 번 의견을 전달했지만, 현장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부족한 소아진료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정부는 하드웨어를 확대하는 정책에만 집중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소아필수의료시스템을 살리기 위해 국무총리 산하 '소아필수의료 살리기 특별위원회' 등 범부처의 대책 필요하다는 요구다.아동병원협회는 현재 아동병원의 진료현장은 아비규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정부 대책은 현장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이에 몇 개월간 진료를 위해 2시간가량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지친 보호자들이 아동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에게 욕설 등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에 이르렀다는 것. 이로 인한 아동병원 의료진·직원 이탈로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다.이어 아동병원협회 강은식 의무부회장은 자체적으로 조사한 '필수의료 붕괴 원인 및 아동병원 실태 조사 결과 발표'를 공개했다. 의료진 이탈로 향후 전체의 71.4%에 달하는 아동병원이 야간 및 휴일 진료를 단축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이와 관련 강 부회장은 "이게 현실화된다면 소아진료는 바람 앞의 촛불 신세다. 더 심각한 것은 2~3개월 이내에 이를 시행하겠다는 비율이 30%가 넘는다"며 "여기에 3~5개월 이내 45%까지 더하면 5개월 이내에 아동병원 대부분이 소아진료 야간 및 휴일 진료에서 철수하는 사태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진료 시간 감축 이유가 진료 의사 수 감소(34.2%)와 근무직원 이탈(32.9%)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문제는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며 "상급병원 중심 소아진료 대책으로 아동병원 의료진의 상급병원으로 떠나면서 아동병원 의사 미충원 등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같은 문제의 원인은 필수의료 정책이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만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동병원 의료진이 상급종합병원으로 떠나면서 남은 인력의 업무가 더욱 과중된다는 것.이와 관련 아동병원협회 김근모 보험부회장은 "의료 인력들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직하면 업무는 더욱 과중돼 결국 남은 인력이 번아웃 상태에 놓인다"며 "그렇게 되면 급성 감염성 질환 환자들이 내원하는 아동병원이 사라져 야간·주말 진료도 불가하게 된다. 보건당국은 소아청소년 진료의 허리를 담당하는 아동병원이 무너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대한아동병원협회 아동병원 인력난을 호소하며 야간·주말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정부가 관련 대책으로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선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이는 소프트웨어 없이 하드웨어만 확대하는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다.이와 관련 아동병원협회 이홍준 정책이사는 "정부가 달빛어린이병원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오히려 진료 현장은 지정 반납을 고려하겠다고 나오는 등 환경이 열악하다"며 "무늬만 달빛어린이병원이 아니라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아동병원 평균 근무시간은 주 78시간으로 전공의와 유사하다. 일부 하드웨어만 확대하는 전시행정으로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없다"며 "정책 입안은 최소한 달빛어린이병원 진료현장을 직접 살펴 본 후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작금의 사태를 의사 수를 늘려 해결하려는 정부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내놨다. 이와 관련 아동병원협회 이인규 부회장은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해 필수 의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현 상황은 의사 수가 부족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를 지원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생긴 문제다.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 문제가 해결 된다"고 강조했다.아동병원협회는 무엇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을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아동병원 등 전체 소아청소년과를 살리는 정책을 도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일각에서 아동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전환해 중증·응급 소아환자를 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인력 부족으로 실현이 어렵다고 답했다.이와 관련 김근모 부회장은 "지금도 전문의 부족하고 앞으로는 더 부족해질 것이다. 아동병원을 전문병원화 해도 어차피 응급실을 운영하지 못한다"며 "지금도 상급병원에서 1주일에 1~2번만이라도 진료 보게 하려고 의사를 데려오고 있지만 그래도 진료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이어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소아과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충원할 방안을 가장 빨리 만들어야 한다"며 "아직 소아청소년과에 오겠다는 참된 젊은 의사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따듯한 마음이 있어도 현실이 보장되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못한다. 이런 마음이 심어지기 전에 확충방안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아동병원협회는 이와 함께 ▲어린이건강기본법 제정 ▲아동건강정책국 신설 및 1339조직 신설 ▲국립대병원 소아응급·소아종양·신생아·소아중환자·소아외상 분과 교수 확보를 위한 정원 조정 ▲전국 200여개 시군구 소아인구 비례 1~3차 소아의료기관 역할 재정립 등을 제안했다. 또 이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조직과 논의·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리고 ▲1~3차 의료기관 소아진료비 재정립 ▲거점 응급의료기관 사후보상제도 확대 ▲2016년 설립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시스템을 전국 모든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지정 ▲소아청소년과 인적자원 충원 ▲배후진료 교수진 충원 방인 마련 ▲입원 전담의와 정규직 교수 임금 역격차 해소 ▲경증 환자 수용가능 지역 1·2차 의료기관 지원 ▲24시간 콜센터 제도 폐기 ▲행동발달증진 지역센터 설립 구축 등도 제안했다.
2023-06-10 05:30:00병·의원

응급구조사가 보는 공공·필수의료 문제

메디칼타임즈=응급구조과교수협의회 박시은 회장 우리나라 의사는 미국보다 외과 1.7배, 산부인과 1.6배, 흉부외과 1.3배가량 더 많다. 필수의료의 카테고리에 있는 의사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의사의 분산이 문제라는 말이다. 쉽게 설명해 보자, 증증화상 또한 매우 시급한 시간 민감성 질환이다.중증화상환자가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치료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전신 3도 화상 환자를 일반 '로컬병원'은 최종치료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중증화상환자도 길 위를 떠돌지 않는다.지난해 국가응급환자진료정보망(NEDIS) 데이터 기준 전국에서 화상환자 이송이 거부된 사례는 0건이다. 소방청 119구급일지 분석해 봐도 중증화상환자의 카테고리로 분류 가능한 환자를 수용 거부한 병원은 없다.당최 이해 못 할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중증화상은 여타의 필수 과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어서 그렇다화상 전문의들이 이름만 말하면 다 아는 화상 전문병원에 몰려 있고 대한민국은 24시간 365일 중증화상 환자를 '수용거부' 하지 않는다.중증화상환자는 트리아지도 필요 없다. 일반인도 대충 트리아지가 가능하다. 화상 분야에서만큼은 정부 정책이 아닌, 규모의 경제가 시장의 순리와 논리로 스스로 선순환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이런 시간 민감성 질환의 진료 인프라 집중화의 또 다른 장점은 환자 트리아지에 있다.119구급대원 즉 응급구조사들이 현장에서 환자이송을 실시할 때 중증화상환자는 베00안 병원 등 그야말로 ‘24시간’, ‘무조건’ 받아주는 병원을 상식처럼 알고 있다. 지역 병원들도 우리병원(화상환자 최종 및 장기치료가 불가능함에도)에서 일단 받아주는 것에 부담이 없다. (이러니 사고가 없다)이유는 간단하다. 받아도 언제든지 우리가 ‘털 수 있는’ 환자이기 때문이다. 여타의 환자들은 잘못 받으면 그야말로 '갑갑한' 상황에 놓이는 반면, 화상은 아무리 중증이라고 해도 듬직한 화상 전문병원들이 24시간 365일 환영의 목소리로 "네 쏘세요!" 하기 때문이다.이런 연결고리는 특정 지역에 화상 전문센터가 없다고 해도, 병원이 구급대원의 환자이송을 거부하지 않는 숨어 있는 요소로 작동한다.반대로 중증화상보다 더욱 시간에 민감한 뇌출혈·경색 등 여러 응급질환을 24시간 무조건 받아주는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어디는 오전에만 가능하고, 어디는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등 들쭉날쭉하다. 응급구조사 입장에서 이렇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즉시 이송하지 못하고, 길 위에서 스마트폰으로 병원을 섭외하기 시작하고, 이런 시간이 보통 5~10분이며 특수한 경우는 1시간이 넘어간다. 이렇게 1시간이 넘어가는 케이스에 환자 보호자가 똑똑하기까지 하면 우리는 이를 뉴스에서 보는 것이다.응급구조사의 관점에서 "환자 트리아지가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기능특화→규모의 경제→의사의 집중→중환자 생존률 증가라는 선순환에 실패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 의사집중은 전문의 업무강도 감소로 전문성 증가와 삶의 질 추구를 가능케 해 24시간 환자수용, 이송 신뢰도 증가, 이송시간 단축을 꾀하는 것이다.재난 상황에서 트리아지는 어렵다.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안정적인 상황에서 트리아지가 어려워질 이유가 없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은 평시에도 환자 트리아지가 어렵다.대한민국 필수의료시스템이 재난 상황이라는 방증이다. 지금 응급환자들, 시간 민감성 질환 환자들이 거리를 떠돌며 말라 죽어간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에 15년이 걸리는 댐을 짓자고 한다. 의사 수를 늘리자는 주장 말이다.하지만 우리는 댐을 지을 시간도, 자본도, 사회적 역량도 부족하다. 더욱이 15년 후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근거 또한 분모의 기준에 따라 각 이해당사자 간 주장이 엇갈린다.각각의 그룹에서 주장하는 수학적 모형화에 의한 추산 값이 모두 각각의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근거에 의한 쟁점이 명백하다는 의미다.명백한 것은 무엇인가? "필수의료에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쟁점이 없는 명백한 합의 가능한 명제다. 하지만 '누수'는 댐으로 막지 않는다. 누수를 댐으로 막자는 주장은 선동적 포퓰리즘이다. 우리에게 허락된 '사회 경제적' 자본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흩어져 있는 필수의료전공 전문의를 그룹화할 수 있는 기능형 병원이 누수를 막는 비용대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취약지역에 공공병원을 지어 시간 민감성 질환 환자, 필수의료 환자를 커버하겠다는 주장보다, 중환자이송체계와 항공이송을 고도화시켜 취약지역 필수의료인프라 누수현상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게 합리적이다.당장 과수원 나무들이 말라 죽어갈 때 15년 걸리는 댐을 건설해 과수원에 물을 주자고 하면 안 된다. 어서 양수기를 돌려야 한다. 양수기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면서 댐을 건설하자고 하면 그 말을 누가 믿겠나? 이는 기득권 토건 업자(공공병원업자)들의 배만 불릴 뿐이다. 
2023-05-15 05:00:00오피니언

필수의료 시스템 구축, 지방부터 출발해야

메디칼타임즈=강윤희 위원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뇌출혈 사망사건 이후로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럼 필수의료란 무엇일까? 보건복지부의 정의에 따르면 필수의료란 1)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분야, 2) 지역적 특성 또는 시장수요의 부족으로 제대로 제공되기 어려운 분야, 3) 미래 전문인력인 전공의 충원율이 평균에 미달하는 과목 등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필수의료란 해당 의료가 부존재할 때 수시간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분야로 판단된다. 즉, 필수의료에는 시간의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반일 생활권이 됐기 때문에 웬만한 진료는 지역을 뛰어 넘어 가능하고, 국민의 선택권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수시간내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선택권이란 없으며 근처에 필수의료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는 지역 의료서비스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지역 맘카페 글들을 종종 확인하는데, 코로나로 확진된 소아가 40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했지만 주사 및 수액 처치가 가능한 병원을 알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내용이 있었고, 그 댓글에는 어느 병원은 수액을 놔주고, 어느 병원은 진료를 아예 안해주고 등등의 내용이 있었다. 이 댓글을 보면 어느 병원은 수액 처치가 가능한데, 즉 해당 지역에 필수의료가 부존재하는 것은 아닌데 이에 대한 정보가 지역주민들에게 제대로 공지되지 않으므로, 환자는 이 병원 저 병원을 헤매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수진료란 단순히 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며, 시스템의 문제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런데도 공공의대 증설 등 인력의 측면만 생각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방향이고,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15년 뒤에나 배출되는 인력들은 오히려 해당 시점의 인구를 생각하면 과잉 인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소위 3D 과로 불리는 외과계열에 전공의 지원자가 없는 점에는 기형적인 수가 문제도 당연히 크지만, 우리나라에 잘못 도입된 의학전문대학원의 폐해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의대교육에서 예과를 아예 없애고 본과를 6년 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의사를 아예 비인문학적 기계로 취급하는 사람들인가. 또 상급종합병원의 분원 만들기 경쟁 또한 지역의 필수의료시스템에 흩어질 수 있는 인력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매우 부정적이다. 그러므로 필수의료시스템 구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한두개가 아니고 본질적인 부분도 많기 때문에 우선 순위 결정을 위해서는 지방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지역의 의사회, 간호사회, 지역 종합병원 등등이 모여서 지역 내 필수의료 시스템을 점검해 문제점을 돌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당 지역에 절대적으로 필수의료 인력이 없는 문제인지, 필수의료 인력이 있으나 정보와 소통의 문제인지, 해당 지역에는 없으나 근거리 지역 시스템과의 협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건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부분과 국가 시스템, 즉 중앙정부 차원에서 바꿔야 할 점들을 분류하면 되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지방에서 중앙으로 상향식 접근이 아니라 하향식 일방적 접근이 된다면 필자가 추정하기에 지방의 필수의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과거 여러 차례 칼럼에서 언급했지만 코로나 초기 신천지 집단감염이 대구에서 발생했을 때 대구뿐만 아니라 국가적 위기였다. 그런데 이 위기를 놀랍게 극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대구에 의료인연합이라는 조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아는 한 대구에는 의사, 간호사 등등 보건의료인들의 연합조직이 있었고, 이 연합조직에서 그 당시 상당히 빠른 의사결정과 시행이 동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위기를 기적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필자가 아는 한 이런 보건의료인연합조직이 있는 지역이 거의 없다. 지역의 필수의료 시스템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보건의료인연합 조직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각 지역에 보건의료인 연합 조직이 생기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너무 협의와 협치가 안되고 있는데, 보건의료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분열된 조직에서 각자 자기 조직의 유익을 위한 발언들을 하고, 진정 국민들을 위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세금만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대가가 중요하다지만, 의미와 보람의 가치가 없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2022-08-31 05:00:00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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